선물해야 할 일이 있으면 작은 선물을 곁들일 생각은 하지도 마라. 여자 친구에게 예쁜 캐시미어 스웨터를 선물하면서 옷상자 안에 초콜릿 따위를 넣는 짓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시간과 돈은 절약되면서도 상대가 선물을 더 고맙게 느끼는 방법이다.
또 사과할 일이 있거든 괜한 마음에 작은 선물 같은 걸 준비하는 헛수고는 부디 하지 않길 바란다. 상대방은 단순하고 솔직한 사과를 훨씬 가치있게 여길 것이다.(101쪽)
폴커 키츠,마누엘 투쉬의 ‘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 중에서(갤리온)
(예병일의 경제노트)
사람의 마음이란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간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겁니다. 그러니 그런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선물 주는 사람의 역설’이란 게 있습니다. 영어표현으로는 ‘Presenter’s Paradox’입니다. 가치가 높은 선물과 가치가 낮은 선물이 있을 때, 선물을 주는 사람은 두 가지를 모두 줄 때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선물을 받는 사람은 두 가지를 모두 받을 때 오히려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심리를 의미합니다.
버지니아 공대 킴벌리 위버 교수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학생들에게 A)1750달러의 장학금을 주는 것과 B)1750달러의 장학금과 15달러의 도서 구입비를 함께 주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매력적인지 물었습니다.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102명의 학생 모두 1750달러의 장학금만 받는 A안을 선호했던 겁니다.
이런 심리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각각의 선물을 모두 합해 총 가치를 계산합니다. 위 B안의 경우 장학금 1750달러와 도서구입비 15달러를 합한 선물의 총액은 1765달러입니다. 이는 A안, 즉 장학금만 선물할 때보다 가치가 높지요.
반면에 선물을 받는 사람은 합산을 하지 않고 선물에 대한 평균값을 내서 가치를 계산합니다. 선물이 비록 두 상품이지만 그걸 하나의 선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장학금과 도서구입비 둘의 평균값은 882.5달러입니다.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선물이 추가되는 순간 전체 선물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셈입니다. 산술적으로는 말이 안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는 것이지요.
이런 심리는 사과나 처벌의 경우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사과를 할 경우, 단순하고 솔직한 사과를 하는 것이 사과와 함께 작은 선물을 주는 것보다 효과가 더 좋다는 겁니다. 경고나 처벌의 경우에도, 사람들은 ‘쓰레기 투척 금지, 벌금 750유로’라고 쓰인 경고판을 ‘쓰레기 투척 금지, 벌금 750유로 & 2시간 사회봉사’라는 경고판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느낀다고 하지요.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마음. 그런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선물 주는 사람의 역설’을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