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세계 88개국을 대상으로 운영체제(OS)별 스마트폰 사용자 수(IB; Installed Base)와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점유율이 93.4%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고 21일 발표했다.
사용자 수(IB)는 특정 기간에 제품이 얼마나 팔렸는가를 집계하는 판매량(공급량, Shipment)과 달리 당시 사용되고 있는 제품이 몇 대인가를 조사한 수치.
한국의 안드로이드 사용자 수 비율은 세계 시장 전체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수 비율인 67.5%와 견줘 무려 25.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며, 안드로이드 비중이 가장 높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74.3%)과 비교해도 19.1%포인트 높다.
한국은 조사 대상국 중에서 안드로이드의 비중이 90%를 넘는 유일한 나라였고 아르헨티나(82%), 중국(81.8%), 인도(78.4%), 이라크(77.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아이폰(iOS) 사용자 수 비율로 비교해보면 한국은 조사 대상국 중 7번째로 아이폰 비중이 낮은 나라였다. 한국의 아이폰 사용자 수 비율은 5.1%로, 3∼4%대를 기록한 수단·탄자니아·아르헨티나·인도·이라크·모로코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아이폰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으로 36.8%를 기록했고, 이어 싱가포르(36.4%)·호주(35.4%)·캐나다(32.2%)·홍콩(31.4%) 순이었다.
세계 시장 스마트폰 사용자 수 비중 평균은 안드로이드가 67.5%, 아이폰이 15.7%였다.
<표> 국가별 스마트폰 OS 사용자수 비율
국가 | 안드로이드 | iOS | 블랙베리 | 윈도 | 심비안 |
한국 | 93.4% | 5.1% | 0.1% | 0.9% | 0.0% |
아르헨티나 | 82.0% | 4.0% | 5.9% | 3.8% | 3.5% |
중국 | 81.8% | 8.6% | 0.1% | 1.9% | 6.7% |
인도 | 78.4% | 4.3% | 3.3% | 3.8% | 9.0% |
이라크 | 77.9% | 4.3% | 1.9% | 2.6% | 12.1% |
미국 | 56.0% | 36.8% | 3.8% | 3.2% | 0.1% |
싱가포르 | 54.2% | 35.4% | 3.5% | 3.7% | 2.6% |
호주 | 53.0% | 34.9% | 1.4% | 4.1% | 5.6% |
캐나다 | 48.0% | 32.2% | 15.0% | 3.7% | 0.8% |
홍콩 | 60.3% | 31.2% | 1.9% | 3.5% | 2.6% |
일본 | 59.0% | 21.6% | 0.4% | 0.9% | 12.4% |
베네수엘라 | 35.5% | 8.4% | 49.3% | 1.9% | 3.1% |
핀란드 | 39.2% | 19.2% | 2.6% | 24.5% | 13.8% |
나이지리아 | 39.1% | 5.9% | 20.4% | 3.0% | 29.5% |
<< 사용자 수는 Installed Base를 의미함, 조사시기는 2013년 연간, 자료 :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
한국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비중이 93.4%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 3사가 모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품 생산에 올인하고 있는데 특히 국내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60∼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이 갤럭시S4와 갤럭시 노트3 등이 100%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품인 점이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스마트폰 제조3사와 이동통신사들간 유착관계로 인한 왜곡된 스마트폰 유통 구조, 상대적으로 큰 화면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 평균을 훨씬 뛰어넘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과다 의존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 3사의 구글 종속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 모바일 산업 전반에 걸쳐 또 다른 부작용을 나을 수 있어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1. 국내 모바일 생태계, 구글 안드로이드에 종속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점유율이 93.4%나 되다 보니 국내 모바일 서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모바일 개발자들이 점점 구글 안드로이드에만 올인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아직도 구글 안드로이드-iOS 양강체제인데 우리만 구글 안드로이드에만 올인하는 것은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 업계는 액티브X 의존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의존도가 98%에 달해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액티브X를 이용해 만들어졌고, 개발자들도 모두 액티브X에 익숙해 금융사들의 온라인뱅킹이나 정부부처의 인터넷 사이트들도 대부분 액티브X로 만들어져 있다.최근 3∼4년 사이 액티브X가 보안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액티브X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액티브X에 익숙한 대부분의 개발자와 사용자들을 여전히 바꾸기를 거부하고 있다.
최근 상황을 보면 국내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일변도이다 보니 오히려 보안에 취약한 약점이 노출되고 있다. 특히 신종 모바일 사기, 스미싱, 파밍 등이 거의 대부분 안드로이드폰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마치 MS의 액티브-X를 떠올리게 된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든 iOS든 어떤 OS환경하에서도 사용가능한 웹 앱 기술 개발을 등한시 함으로써 이분야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고 윈도우든 타이젠이든 유분투든 파이어폭스든 제3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삼성전자가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한 종속을 우려해 내놓을 ‘타이젠’폰이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 안드로이드 올인은 새로운 시장창출 기회를 놓쳐
구글플레이가 애플 앱스토어를 양적으로는 앞서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질적으로는 열세이다. 아직도 애플 앱스토어가 구글 플레이를 수익면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다.
또한 미국, 유럽, 중국 등 전세계 주요시장에서 애플 앱스토어의 수익 비중이 월등히 높다.
따라서 국내 모바일 서비스 업체 및 모바일 앱 개발자들이 구글 안드로이드 위주로 쏠리는 것은 애플 앱스토어라는 더 큰 시장을 놓치는 격이 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경쟁이 약한 윈도우 마켓플레이스나 아마존 앱스토어나 타이젠, 유분투, 파이어폭스 앱스토어에서 시장 기회도 상실할 것이다.
한편 스마트폰 단말기에 있어서도 윈도우든 타이젠이든 유분투든 파이어폭스든 제3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이들 스마트폰들이 철저히 외면 받는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 3사에도 득이 될 것이 전혀 없다.
3. 구글을 믿나, 모바일 세상의 ‘evil’이 될 수 있다.
구글의 독과점 폐해도 우려된다. 이미 국내에서 구글은 강력한 경쟁자인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엔진을 스마트폰에 선(先)탑재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우위를 내세워 불공정경쟁을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당했다.
올들어 구글이 스마트폰 앱 판매수익을 더 가져가겠다고 이동통신사들에게 통보했다. 현재 이동통신사와 구글의 앱 판매수익 배분비율은 9대 1인데, 이를 5대 5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팔리는 유료 앱의 판매수익은 우선 개발자가 70%를 갖고 나머지 30% 가운데 27%는 이동통신사가, 3%는 구글이 갖는 구조다. 그런데 구글은 최근 이동통신사 몫을 15%로 낮추는 대신 자신들의 몫을 15%로 올리겠다고 통보해왔다.
이동통신사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들로선 대안이 없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는 이상, 구글의 요구를 거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세계적으로 독점기업의 대표로 불리던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나서 구글의 불공정경쟁 행위를 제소해 놓은 상태다.MS는 ‘윈도폰’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서 구글이 이 회사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의 검색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2000년대까지 반독점 분쟁의 단골 대상이던 MS가 다른 회사를 상대로 반독점 제소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위치정보 전문기업 스카이훅와이어리스는 지난해 9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조장했다며 역시 미국 법원에 구글을 제소했다. 스카이훅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와 호환성 인증을 구실로 일부 스마트폰에 대한 스카이훅 서비스 탑재를 배제시키고, 제조사들과 사업 계약에서도 훼방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개방노선’을 유지해왔고, 이 때문에 세계 수많은 업체들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저변이 넓어지자, 구글은 이제 안드로이드를 통해 서서히 수익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구글 안드로이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내 모바일 산업계는 제대로 된 항변 한번 못하고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 3사에게 있어서나 SK텔레콤, KT, LG U+ 이동통신3사에게 있어서도 구원투수였다. 특히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살길을 열어 준 것도 구글 안드로이드이다. 하지만 이제는 냉정하게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은 구글 안드로이드의 종속 국가로 전락하게 될 것이며 엄청난 부작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 3사의 구글 종속문제뿐만 아니라 모바일 산업계 전체가 구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방책을 준비해 할 때라고 본다.